당찬 이자카야, 그게 바로 접니다

2019. 4. 3. 23:56글쓰기 우당탕탕


 -여행 후기 보려면 인터넷 어디로? 두산백과 입력하니 없네.

카페에서 전시에 대한 글을 수정하는 도중 아빠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제 엄마 아빠에게 내 여행기가 사이트 메인에 걸렸다는 걸 자랑했더니 반응은 이러했다. , 대단한데. 그리곤 한 번 읽어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읽어본다고 하더니 진짜인가 보네. 문자까지 보내고.

-Doopedia T <-여기가 두피디아 트래블 코너에요. 두산백과-두피디아 트래블-담차 검색하거나 메인에 뜨는 거 기다리면 섬 속의 섬 우도 여행기 뜹니다요.

답장을 보냈다. 모르겠다느니 알겠다느니 하는 문자는 오지 않았다. 여행기는 처음 보여주는 거라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집에 들어가니 아빠가 나보다 먼저 와있었다. 그러더니 두산백과 들어가는 법을 모르겠어, 나에게 말한다. 나는 문자 내용처럼 다시 차근차근 알려준다. 아빠는 그제야 여행기를 읽어 보더니 잘 썼네. 이거 쓴 사람 다 올라가는 거야 아니면 잘 쓴 사람만 올라가는 거야? 아빠는 물었고 나는 냉큼 잘 쓴 사람이지, 라고 대답한다. 어떤 영문으로 올라가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 그냥 그렇게 말한 거다.

엄마와 아빠는 입을 모아 이제 작가가 된 거냐며 능글맞게 물었지만 나는 말한다. 에이, 아직 이지. 작가? 난 아직 내가 작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일 뿐. 그것도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 그런데 아빠는 내가 쓴 여행기는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날 여행 작가로 소개한다.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아빠는 식탁 위에 맥주와 버터링 쿠키를 올려두곤 한 모금씩 홀짝거리며 이 작가님? 하고 날 부른다. 나는 선풍기로 머리를 대충 말리다가 아빠를 바라보며 나 이작가야? 되묻는다. 꼭 이자카야 같네. 실없는 농담도 하고. 이 씨니까 이작가지. 아빠가 이렇게 말하니 나는 화제를 돌린다. 아빠, 내 필명 담차 어때? ? 담차 말이야, 담차. 아빠는 처음 듣는 사람처럼 담차가 뭐야, 당차 어때 당차. 당차고 좋잖아. 라고 말한다. 당차가 뭐냐며 웃는다.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이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돼가고 있다.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그게 신기하고 기뻐서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필명을 좀 더 신경 써서 지을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은 한쪽으로 미뤄두고 다짐한다. 당차게 쓰는 담차가 되자고. 이왕이면 당찬 이 작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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