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2

2018. 8. 20. 00:00여행을 기록하자

​17일 금요일

1. 집 근처 산책

새벽 한 시에 누워 밤새 잠을 못 잤는데, 6시에 일어난 엄마, 아빠 때문에 나도 일찍 일어났다. 다들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닌데 아마 낯선 곳에서 자서 그런가 보다. 안 먹던 아침밥도 먹고 집 근처로 산책을 갔다 왔다.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곳에는 방파제와 낚시 하는 사람들, 묶여있는 배를 볼 수 있었다.


이런 곳은 왜 마음이 차분해지는지 모르겠다. 오키나와의 오지마섬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는데, 배 때문인가. 


​2. 이기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뵙고 같이 이기대를 갔다. 외할머니는 억센 목소리로 이지대라고 하는 곳.  부산에서 70년을 넘게 사셨다는데 안 가본 곳이라 했다. 이곳 역시 엄마의 힐링 주제 속 한 곳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아주 좋았다.



공원에서 시작해 크게 한 바퀴를 돌면 바다와 산을 볼 수 있는 코스였다. 날씨는 더워도 바람이 불어서 시원했다. 영문도 모르고 다 같이 한 시간을 걸었다는 게 좀 웃기지만. 높은 건물과 하늘과 닿을 듯한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부서지듯 몰아치는 파도를 보기도 하고 거짓말처럼 큰 구름을 봤다. 저마다 색깔이 다른 바위와 그 위에 누군가 간절한 소망을 담았을 소원 탑을 봤다. 6명이 움직인 게 아니라면, 천천히 보고 싶은 곳이었다.


​3. 동백섬

큰외삼촌과 외숙모가 합류해 다 같이 점심을 먹은 후 동백섬에 갔다. 나무 계단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게 이기대와 비슷했는데, 해운대 해수욕장과 바로 이어져서 좋았다. 고양이도 보고 바위 옆 핀 꽃도 봤다. 해운대가 이렇게 큰 곳인지 몰랐다. 오래 걸어서 다리가 좀 아프고 피곤했지만 시원한 바람을 쐬고 바다에 발을 담그니 조금 괜찮아졌다.



​4. 다대포 낙조분수

피곤함에 이동하는 차 안에서 계속 잤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고 먹으라면 먹고, 걸으라면 걸었더니 어느덧 밤이었다. 계속 운전하시는 외삼촌에게 죄송했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다대포는 낙조 분수가 유명한 곳이었다. 8시부터 시작하는 분수 쇼는 7시 반이 되면 공원 근처로 사람들이 크게 원을 그리며 자리를 메운다. 우리도 다 같이 분수 쇼를 봤다. 형형색색 빛나고 넘실거리는 듯 움직이는 분수가 신기했다. 제일 신기했던 건 하늘 높이 쏘아 올린 물줄기가 바람을 타고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거였는데, 그건 마치 영혼 같았다. 신 같기도 하고, 신이 타는 구름 같기도 하고. 잠시 인간세계에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안녕, 나는 이만 갈게. 잘 있어, 하고 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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