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3

2018. 8. 20. 00:01여행을 기록하자

​18일 토요일

1. 또다시 집 근처 산책

조금 친해진 듯, 아닌 듯한 깐순이와 같이 산책을 갔다. 오늘은 8시까지 잤으니 몸 상태가 어제보다 나았다. 깐순이는 어쩐지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였지만. 외숙모 없이 셋이 산책하러 나갔다. 아빠, 엄마, 나와 깐순이. 이렇게만 가니까 마치 우리 강아지 같았다. 예전에 강아지를 키우고 끝까지 못 키웠던 게 아직도 마음이 아프지만 잠시나마 강아지를 키우면 어떨까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어제와 같은 곳을 간 것인데도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2. 감천문화마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외삼촌 외숙모, 엄마 아빠와 나, 이렇게 7명이 이른 점심을 먹었다. 먹으면 들어가는 게 참 신기하다. 여행이 에너지 소모가 큰일임을 실감했다.
감천문화마을은 서울의 인사동 같은 느낌이다. 카페나 군것질거리를 파는 곳이었고, 여러 가지 색깔의 마을이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난 무엇보다 주차하기 위해 잠시 들른 김정초등학교의 운동장이 좋았다.


정문에서 반대편을 보면 하늘과 산이 보였다. 나무들이 울창해서 근처 벤치에 앉아있으니 시원했다. 이 운동장에서 축구시합을 하면 공을 하늘로 차는 것 같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참 좋겠다.

3. 부산역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짧았던 2박 3일의 여행을 마치고. 난 이제 제주도를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여행의 끝이라는 실감은 나지 않지만 10년 만에 내려간 부산이니 언제 또 외할아버지 할머니를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문득 아쉬웠지만, 나는 외조부모와는 만나면 할 말이 없는 사이였다. 살이 좀 빠졌다느니 결혼할 나이라느니 그런 얘기만 들을 뿐이지. 태어나서 외조부모를 한 다섯 번은 봤을까? 엄마의 시댁이지만 사실 엄마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으니 고향이라 할 순 없었다.- 외할머니도 친엄마가 아니고 엄마는 엄마의 외할머니에게 키워졌다- 그래도 아낌없이 나를 사랑해주셨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 여행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어쨌든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비슷한 기억을 남겼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좋은 추억이 됐기를 바라는 여행이었다.

돌아갈 때가 되니 다시 생각이 난다. 식사할 때 우리의 모습. 외할머니는 큰 목소리와 사투리가 섞여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하시면 나는 속으로 저게 무슨 말인가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하고. 아빠는 술을 시키면 할아버지는 어어 그래, 무야지, 하며 무심하게 술을 드시고. 서로 밥값을 계산하겠다며 실랑이를 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는 같이 담배를 피우겠지. 언제 또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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