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염은 처음인 사람의 깨달음

2019. 5. 7. 23:36에세이 하루한편

 

어젯밤부터 부어오르던 목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침을 삼킬 때마다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턱 밑을 눌러보니 욱신거렸다. 이물감 때문에 갑갑했고 목에 뭔가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오전 856분쯤 됐을까. 간단히 씻고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아 소리를 내보라던 의사는 내 혀를 누르며 내 입안 상태를 확인했다. 헛구역질이 나고 눈물이 맺혔다. 입을 벌리고 확인 진료를 받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의사는 상태를 보더니 말했다. 지금 아주 심각해요. 엄청나게 부었어요. 목젖까지 땡땡 부었거든요? 목 아래까지 부었으면 기도가 눌려서 숨을 잘 못 쉴 수가 있으니까 확인해보고 119 불러 줄 거예요. 아니면 주사 맞고 약 처방해드리고요. 후두 내시경 해보죠.

내시경이요? 난 눈물 맺힌 눈으로 의사의 손에 들려있는 기다란 은색 빛깔 도구를 바라봤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고개는 드세요. 그 상태로 아, 소리 내시고요. 이번에는 이, 소리 내보세요. 검사가 끝났다.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행히 목 아래는 안 부었네요. 지금 숨쉬기 불편하죠? .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주사 맞으시고 약 처방해 드릴 테니까 약 잘 드셔야 해요. 의사는 잘 이라는 단어에 강조하며 말했다. 왜 그런 거예요? 내가 물었다. 피곤해서 그래요. 이 정도면 어르신들은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진료 안 봐 드리고 바로 119 불러드리는데 지금 환자분은 젊으니까 주사 놔드리고 약 드리는 거예요. 주사실로 가세요. 주사를 맞고 약국에 들러 집으로 돌아왔다.

편도염에 이어 후두염인 건가. 숨이 차는 느낌이 무서웠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느낌이 떠올랐다. 점점 가빠지면 어떡하지. 약과 가글만으로 좋아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 두려웠다. 살려주세요. 속으로 기도를 했다. 아직 못해본 게 많단 말이에요. 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다행히 약을 먹고 푹 쉬니 후두는 서서히 가라앉았고 이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괜찮아졌다. 아직 완전히 다 나은 건 아니지만.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던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도록 건강 또 건강해야겠다고 느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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