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근육을 만드는 나는야 쓰는 사람

2019. 5. 16. 22:53글쓰기 우당탕탕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근육통은 몸살감기로 번졌다. 허리가 뻐근하다가 온몸이 욱신거렸다.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추워 이불에 허리 찜질팩까지 둘러메자 온몸이 뜨거웠다. 집에 있는 탕약 한 병을 데워 마셨다. 밤이 되자 몸 상태는 더 안 좋아졌다. 열이 펄펄 끓어 어지러웠다. 해열제 두 알을 먹고 얼음찜질을 하며 간신히 열을 내렸다. 새벽 내내 춥고 덥고 미열이 나고를 반복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내일 오전에 소설 강의가 시작하는데. 들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지. 아픈 와중에도 수업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긴 새벽을 보낸 뒤 오늘 오전, 내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열이 38도라고 했다. 기침, 콧물, 목 염증, 몸살 기운까지 있으니 종합 감기네요. 독감이에요? 물었지만 독감은 아니라고 했다. 당분간 외부활동은 자제하시는 게 좋아요. 의사가 말했다. 소설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데. 주사를 맞고 무거운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내 머릿속에는 소설 수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수업을 들었다. 무리해서라도 듣고 싶었다. 두 시간. 딱 두 시간만 버텨보자. 몸이 붕 뜬 것처럼 어지럽고 기침할 때마다 머리를 쿡쿡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점점 괜찮아졌다. 졸릴 수 있다는 약사의 말처럼 졸음이 밀려왔다. 멍한 머리를 깨우며 강의를 들었다. 이 자리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다는 거 알고 있어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이 강의를 통해서 단편 소설을 잘 쓰겠다,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소설을 쓰는 근육을 만들겠다고 생각하세요. 너무 큰 부담은 갖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지금 내가 쓰는 글은 앞으로 내가 쓸 수 있는 수많은 글 중 하나일 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위로되는 말이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소설 공모전을 앞두고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수업이었지만, 어쩌면 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임을 어렴풋이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소설 쓰기란 단번에 뚝딱해낼 수 없는 일이겠지.

내가 지금 쓰는 글은 앞으로 내가 쓸 글 중 하나다. 이 글이 또 다른 글을 만들어 낼 거다. 글이 만들어주는 길을 믿으며 무엇이라도 쓰리라 다짐한다. 소설을 쓰기 위한 근육 만들기.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늘도 나는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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