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

2019. 5. 31. 23:35에세이 하루한편

 

점심엔 아빠가 우연히 만난 교회 동창 이야기를 들었고 오후엔 내가 좋아하는 책방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리는 그래프처럼 온종일 마음이 어수선했다. 남루한 행색에 차마 아는 척할 수 없었다는 아빠는 동창의 휴대전화번호를 물어보지 않은 걸 후회했다. 걔가 왜 그렇게 됐지, 라는 말을 두어 번 중얼거리기도 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애써 밥을 맛있게 먹는 척 시선을 돌렸다. 책방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메일을 몇 번 다시 읽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만, 왔습니다. 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내가 유난히 좋아하던 책방이었는데. 아쉬웠다. 그냥 막연한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어떤 개인에게 막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이라 생각하니 다르게 느껴졌다. 마음이 무거웠다.

세상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기사나 누군가의 입으로 전해 듣는 또 다른 개인의 이야기. 나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나 나와 가까운 이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한 뒤 세상을 둘러보자 어떤 일도 쉬이 넘길 수 없었다. 나를 스쳐 가는 일들이 나의 이야기가 되어 피어났고 난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잊지 않고 기억해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글로 적어보겠다고. 내 마음을 건드리는 건, 뭐가 됐든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기억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는 생각으로 요동치는 마음을 잠재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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