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③_각자의 집

2019. 6. 11. 23:54에세이 하루한편


마음에 드는 동네를 찾았다. 주말에 봤던 동네였다. 그중 조건이 가장 잘 맞는 곳은 1층에 철공소가 있지만, 애완동물이 가능한 방이었다. 같은 조건으로 애완동물이 가능한 매물이 더 있을까 싶어 부동산 네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모두 답변은 없다였다. 원룸이라 애완동물이 가능할 리 없다, 대출을 받아서 오피스텔로 가라, 아예 그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이 없다. 등등이 이유였다. ,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난 짧은 대답을 한 뒤 부동산을 나왔다. 본가와도 그리 멀지 않고 깔끔한 동네라 웬만하면 이쪽에서 자취를 하고 싶었는데. 부동산 한곳에서 내가 봤던 그 방은 철공소가 있어 소음과 공기 문제 때문에 좋지 않을 거라 했다. , 역시 그렇구나. 또다시 원점이었다. 애완동물을 포기하던지 지역을 다시 찾아야 했다. 고양이를 포기하느냐 이 동네를 포기하느냐의 문제였다. 이제 막 정이 들려고 한 동네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창밖에 비치는 풍경엔 수많은 집이 보였다. 높은 아파트부터 벽돌집, 빌라, 허름한 집, 다 누군가가 사는 집일 텐데. 사람은 각자의 모습대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을 터였다. 집의 모습처럼. 서울에 집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갈 곳은 왜 없는 걸까. 생각에 잠겼다. 어서 집을 구해서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나만의 작업실 겸 집을 찾고 싶은데. 마음이 어수선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마음을 딱 잡을 수가 없었다. 걸리는 것 하나가 있으면 모두 해결이 돼야 무엇이 됐든 마음 편히 집중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또 방을 알아봤다. 서울의 구와 동을 넘나들었다. 괜찮은 방이 있으면 꼭 한두 개가 걸리던지 본가와 너무 멀어졌다. 그간의 수고가 허탕이 될까 봐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지도 창을 껐다. 서울의 지도가 노트북 화면에서 사라졌다. 어딘가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했던 내 공간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