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⑤_원점으로 돌아왔네

2019. 6. 14. 23:52에세이 하루한편

 

다시 원점이다. 새로운 동네로 집을 보러 갔지만 한 군데도 못 봤다. 애완동물이 가능한 곳과 내 금액이 맞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는 차가운 물 한잔을 떠다 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신축 원룸 반지하 건물을 하나 추천한 뒤 본론을 꺼냈다. 전화 통화 하고 며칠 사이에 매물이 싹 빠졌어요. 한 일주일 되지 않았나? ? 이틀 전인데요. 안 그래도 제가 말해주신 조건으로 찾아봤는데 방이 없어요. 애완동물을 포기하시든지 지역을 포기하시든지 결정하셔야 해요. 방향을 정해주시면 더 안내해드릴게요. 공인중개사는 말했다. 친절한 말투로 자세히 설명해줬지만, 말이 너무 많았다. 정신이 없었다. 요점이 뭔지를 자꾸만 잊어버렸다. 그러니까 고양이가 되는 곳이 없고, 내 금액에는 맞는 곳이 없다. . 잠시만요. 생각 좀 해볼게요. 잠시 후 난 말했다. 동네를 포기할게요.

매물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에서 건물 외관과 방 내부를 본 뒤 직접 가서 볼 곳을 추렸다. 2호선 라인의 역 세 개를 마우스 드래그로 끌며 몇 곳을 골랐다. 그리고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에게 고양이가 가능한지 일일이 확인 전화를 했다. 신기하게도 대답은 모두 된다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애완동물이 가능한 매물은 전화 600통 하면 4~5곳이 될까 말깐데 오늘이 특이한 경우라고.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구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니 그러려니 했다. 결국 집을 볼 수 있는 곳은 맨 처음 봤던 동네였다. 다시 빙 돌아온 거다. 차를 타고 집을 봤다. 고양이를 확실히 키울 수 있는 방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지만, 문제는 평수였다. 5.5평 이상의 방을 찾기는 어려웠다. 더 큰 금액을 제시하거나 운이 좋아 얻어걸리는 수밖엔 없었다.

첫 번째 방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신축 옥탑이었고 두 번째는 4, 세 번째는 2, 네 번째는 3층이었다. 첫 번째 방은 자그마한 창문으로 저 멀리 산이 보였지만 제일 작았고 네 번째 방은 베란다가 있었지만, 계단 바로 옆방이었다. 하나씩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내 마음에 쏙 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확 쏠리는 방이 없었다. 플랜 B를 실천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방을 다 본 뒤 저녁을 먹었다. 대출을 받지 않는 이상, 반전세로 월세 금액을 더 높이지 않는 이상 큰 방에선 살 수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마음 가는 곳이 없지. 고민에 빠졌다. 좋은 보금자리를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진행이 잘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제주도에 가라는 뜻인가. 어떻게 하라는 거지. 집만 보고 오면 머리가 멍해지는 나는 크게 원을 그려 원점에 돌아온 것을 실감하며 생각에 잠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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