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글을 위해

2019. 6. 13. 23:26글쓰기 우당탕탕

현충일 휴강으로 인해 소설 강의는 2주 만이었다. 그동안 강의실도 바뀌고 텀도 있어서 그런지 선생님도 새로운 시작 하는 거 같죠? 하고 첫인사를 건넸다. 수업을 듣지 않는 목요일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일주일 중 목요일을 제일 기다리는 나였다. 언제나처럼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수업 이외에도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가 후두두 쏟아졌다. 오늘도 그랬다. 글을 쓰지 않을 때와 쓸 때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선생님은 신기하게 내가 수업을 듣기 전 일주일 내내 시달리고 끙끙대던 문제를 콕 집어 이야기했다. 한 번이 아니었다. 그동안 제일 얽매였던 생각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뭘 하든 머릿속에는 글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 이번에 공모전에 내야 할 글을 써야 하는데. 날짜가 이만큼 지나버렸네. 할 수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쓰지. 소설 수업에 낼 글은 잘 되어가는 건가. 이거 말고 예전에 썼던 글을 내야 할까. 등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는 생각을 멈출 도리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괴로웠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 때문에.

흔히 작가 놀이라고 하죠. 선생님은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휴가를 갔는데 바다를 보며 이야기를 구상한다? 작가 놀이에요, 그냥. 놀 때는 그냥 확 놀고 글을 쓸 때는 쓰세요. 생각할 땐 생각하고. 내 앞에 누군가를 두고 딴생각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관계를 잃지 마시고요. 글을 짧게 쓸 사람은 상관없어요. 중요한 글이다, 라고 한다면 뭐 며칠간은 그 글만 생각하면서 지낼 수 있겠죠. 하지만 글을 오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글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해요. 분리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무릎을 '' 치고 싶은 표현이었다. 그렇죠? 그런 거죠? 저만 그렇게 힘든 거 아니었죠? 격하게 고개를 흔들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역시 내공이 있는 소설가인 선생님은 내가 하는 작은 고민부터 큰 고민까지 다 겪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흘리듯 말하는 것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록하고 싶을 만큼 마음을 울린다. 내공에서 나오는 한두 마디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거다. 오늘도 흘러가는 말 한마디에 감동하여 글을 쓰게 만들었다. 별거 아니지만, 너무 내 마음과 꼭 맞아서 쓰지 않고는 못배겼다.

앞으로 글을 쓰는 나와 그렇지 않은 나를 분리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공모전 출품도 등단도 중요하지만 난 무엇보다 오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글과 함께 오래 나아가고 싶으니까. 이제부터 차근차근 시작이다. 여태까지 우왕좌왕 불안에 떨던 것은 깨끗이 잊고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나를 위해, 글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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