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⑥내 마음 같지 않아서

2019. 6. 22. 23:53에세이 하루한편

일주일 만에 방을 보러 갔다. 직거래 카페에서 미리 방을 보겠다고 연락을 하고 찾아간 곳이었다. 자금, 위치, 주변 분위기, 산책할 수 있는 공원과 도서관, 그리고 애완동물 가능하다는 허락까지 떨어진 방이었다. 방을 보고 마음에 들면 가계약이라도 하려 했으나 걸리는 게 있었다. 해당 건물 바로 뒤에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 불안이 엄습했다. 이번에도 아니구나. 이 방도 내 방이 아니구나, 하는 불안이. 세입자 대신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장님이 방을 보여줬다. 방은 크진 않아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공사가 언제 끝나는지 물었다. 건물은 3~4개월 정도 지을 예정이라 했다. 완공하면 원룸의 창을 다 가릴 터였다. 공사만 아니었으면 계약하고 싶은데 조금 걸리네요. 나는 솔직히 말했다. 건물이 들어서면 해가 아예 안 들겠죠? , 그렇죠. 이쪽 동네가 준공업지역이라 일조권에 대한 의무가 없어요. 그래서 원룸을 다닥다닥 붙여지어도 그건 어쩔 수가 없는 문제에요. 다 감안하고 계약을 하세요.

그 동네 부동산 세 군데에 더 들어가 내 자금 사정과 맞는 방을 물었지만 하나도 찾지 못했다. 방금 본 방이 유일한 매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뚝딱뚝딱 시끄러운 공사 소리를 3~4개월 들어야 하고 그 뒤로는 해가 들지 않는 방. 여기도 아니구나. 마음에 들었지만 어차피 살지 못할 동네에 정붙이기 싫은 나는 목이라도 축일 겸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음료는 너무 달아서 속이 다 니글거릴 정도였다. 여기는 음료가 맛이 없네. 단점 하나 찾았네, 찾았어. 애꿎은 음료 탓을 하며 동네를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서울대 입구였다. 어김없이 부동산 세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방을 보여준 곳은 한 군데였다. 총 방 세 개를 봤다. 두 개는 내 예산과 아슬아슬하게 맞았고 하나는 초과하는 방이었다. 무엇보다 모두 다 애완동물은 어려운 방이었다. 애완동물을 포기하고 지갑 사정이 어려운 채로 일이 년을 살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을 볼 것인가. 또 고민의 기로에 섰다.

서울대 입구가 참 살기 좋죠. 운전을 하며 백미러로 눈이 마주친 공인중개사 사장님은 말했다. 방을 다 본 뒤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다. 신대방, 신림은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데 비해 서울대 입구, 낙성대, 사당은 더 비싸요. , . 그리고 낙성대보다 사당이 더 비싸고요. 왜요? 내가 물었다. 강남이랑 한 정거장 더 가깝잖아요. , 그런 거예요? 강남과 한 정거장이 가깝다고 집값이 비싸지리란 생각조차 못 했던 나는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나를 실감했다. 같은 평수여도 층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면, 일조량이 다르면 집값은 높아졌다.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다시 역 쪽으로 돌아온 나는 그 순간 내가 딛고 서있는 땅이 좁게 느껴졌다. 도로 위 한복판인데, 발 디딜 틈 없이 좁게 느껴져 어디론가 고꾸라져 버릴 것 같았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철퍼덕 넘어질 것만 같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중심을 잡고 걸었다. 지하철역 네 정거장의 거리를 걸었다. 이로써 2호선 라인 방은 문래, 신대방, 신대방과 신림 사이, 서울대 입구까지 본 셈이었다. 도대체 내 공간을 어디 있을까 생각하며 답답한 마음으로 걸었다. 걷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렇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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