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언제

2019. 6. 24. 23:56에세이 하루한편


이번 주에 잠시 제주에 내려가기로 했다. 두 밤을 자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비행기 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하니 실감이 났다. 제주에서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를 봤지만, 걱정도 잠시다. 태풍까지 겪었는데 장마는 괜찮겠지. 진짜 제주에 간다는 사실이 장마까지 물리칠 기세다. 한 달을 살았던 김녕에도 잠깐 들를 생각이다. 순무도 너무 보고 싶으니 간식도 챙겨갈 예정이다. 부디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났으면 좋겠다. 처음 만났던 것처럼. 김녕으로 간다는 문장을 떠올리니 가슴이 뛴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편안한 행복감이 퍼진다. 우스운 표현일지 모르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아주 오래 살던 곳으로 가는 기분. 한 달이었지만,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잊은 적 없는 기억이며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준 시간이다.

왜 이렇게 쉬운 일을 그동안 하지 못했을까. 나를 이렇게 편안하게 하는데 왜 진작 그러질 못했을까.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 행동 하나가 이토록 어려울 때가있다. 누군가 등 떠밀어주지 않으면 용기가 나지 않아 얼어버리곤 하는 때. 일부러 제주에 가야 할 구실을 만들었음에도 직접 가는 것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났다. 더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서울로 돌아와 다시 여름이 될 때까지 생각만 하다 이제 겨우 용기를 냈다. 내 마음은 작년 그때와 같은데 시간만 훌쩍 지나있었다. 용기를 좀 더 내보자. 조금만 더 내보자. 마음속으로 되뇌며 제주에 갈 날만 기다린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길 바라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 말이 필요한 때다


보고싶은 순무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