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은 이의 말

2019. 6. 23. 23:38에세이 하루한편


일주일이 빠르게 흘렀다. 6월의 마지막 주를 앞둔 일요일, 2019년 반년을 되돌아본다. 독립출판을 하고 책을 포장하고, 서점에 입고 메일을 넣고 기다리던 겨울. 몇 군데 책을 입고한 뒤 책이 팔리는 걸 신기해하던 봄. 그리고 여행 작가의 시작. 여행 작가라고 내가 나를 소개하기엔 어색하던 날들. 자유기고가랄까 작가 지망생이랄까 위치도 신분도 애매해 헷갈리던 날들. 프리랜서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을 하고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여름. 영상 편집과 소설 공부를 하던 최근과 짧은 소설을 쓰느라 애를 먹었던 밤. 나만의 방을 구하고 싶어 두발로 찾아다니던 요즘. 결국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결론만 얻은 채 머릿속이 어지러운 오늘.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내가 무서워하는 말 중 하나다. 가끔 저 문장이 떠오르면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오늘이 그랬다. 그동안 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나. 사는 대로 생각하진 않았나.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익숙한 현실에 취해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거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던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밖에는 없다. 살다 보니 조금씩 잊게 된다. 현실에 젖어서 내가 그려왔던 것들은 희미해지고 당장 눈앞에 놓인 것만 보게 되었다. 다시 무기력해지는 중이다. 나를 풀어놓을 어딘가로 가서 나만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려웠다. 방을 구하는 것도 내 마음처럼 쉽지 않았고 여행을 훌쩍 떠나는 것도 그랬다. 어쩌면 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겁이 더 많은 사람인가보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 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생각한다.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적절한 말을 찾아주려 한다. 사는 대로 생각하고 싶진 않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다. 잠시 걸음을 멈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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