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⑦용기 있는 자가 집을 얻는다

2019. 7. 1. 23:55에세이 하루한편


세 시에 집 한 군데를 보러 가기로 했다. 본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집 근처에 공원과 도서관도 있었다. 가격도 직거래가 아닌 이상 나올 수 없는 가격대였다. 오래돼 보이는 건물과 화장실이 방 밖에 있다는 단점만 빼면 다 괜찮은 집이었다. 방이 두 개에 다락까지 있었다. 제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집은 안 보면 손해라는 생각에 약속을 잡았다. 오늘만 네 명이 볼 예정이라 시간을 맞춰야 했다. 그만큼 인기 있는 집이었다. 누군가 먼저 계약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될 거란 생각은 못 했다. 점심을 먹으려던 오전 1158분에 문자 한 통이 왔다.

-먼저 오신 분이 계약한다고 하셔서요.

계약이 불발되면 연락을 달라고 했지만 그럴 확률은 없어 보였다. 그 사람은 오늘은 가계약했고 내일은 정식 계약을 한단다. 이렇게나 일찍 방을 보고 가계약을 하다니. 새삼 게으르고 용기 없는 내 모습이 보였다. 생각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버리는 내 모습도 보였다. 막 카레를 데우고 밥에 얹어 상에 올려놓은 때였다. 할 수 없지. 수저로 카레를 크게 푹푹 떠먹었다. 난 이렇게 밥 먹고 있는데. 좀 더 부지런했어야 했나. 아쉽네. 내가 그 집과 인연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방 자체를 못 본 게 아쉬웠다. 내 선택이 개입하기 전에 일이 끝나버렸다. 나도 일찍 일어나서 보러 갔다면 갈 수 있었을 텐데. , 용기 있고 부지런한 자가 미인을 얻는 게 아니라 방을 쟁취하는구나. 오늘은 그게 내가 아니었다.

적극적인 태도가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를 눈앞에서 보고 말았다. 가장 먼저 방을 보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사실 내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 못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걸 안다. 정확히 정한다면 이렇게 자주 흔들리진 않을 거다. 하지만 용기 없고 게으른 나는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따지는 중이었다. 최대한 돈을 아낄 수 있는 쪽으로, 시간을 버리지 않는 쪽으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쪽으로. 아니면 포기해야 할 것들을 놓지 않으려 하는 걸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 됐든 난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는데, 자꾸만 꼬여가는 느낌이다. 풀어내는 게 아니라 엉켜가는 느낌. 이럴 때일수록 원점으로 돌아가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안 그럼 또 이런 경우가 생길지 모른다.

기회 앞에 주춤거리지 않는 확신을 갖고 싶다. 용기 있게 원하고 바라던 걸 쟁취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