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 걸러내기

2019. 6. 30. 23:36여행을 기록하자

 

 

제주도 제주 나름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생각했다. ‘제주하면 떠올리는 숲과 바다가 아닌 곳도 있으니. 공항 근처, 제주시청이 그랬고 서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높은 건물과 줄지어 늘어선 가게들, 북적이는 사람들. 층층이 지어놓은 건물들. 신촌인지 제주인지 헷갈리는 곳들. 이번 여행은 제주의 새로움보단 익숙함에 가까웠다. 예전에 갔던 곳을 다시 갔고, 비슷한 풍경을 봤다. 그중엔 서울의 표정과 닮은 곳들이 많았다. 차 없이 뚜벅이로 다녀서 아주 먼 곳까진 가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제주는 예외였다. 별책처럼 다르게 살펴봐야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더 가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아닐지 모른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듯 이번 여행은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비가 그치다가 만 제주는 바람을 불러오고 있었다. 구름이 다 같이 달려가는 듯 빠르게 이동했다. 다른 쪽 하늘을 봤다. 커다란 구름이 뭉쳐 있었다. , 하늘 좀 봐. 나도 모르게 말이 새어 나왔다. 하늘. 내가 그리워하던 하늘이었다.

서울에선 볼 수 없는 하늘. 가까워서 표정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하늘이었다. 나를 놀라게 만드는 제주. 그래, 맞아. 이거였어.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창밖을 살피며 생각했다. 제주도 제주 나름일지 몰라도 하늘만큼은 다르다고. 그래서 좋다고.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0분이 지나자 깜깜한 서울의 하늘을 밝히는 불빛이 보였다. 차라리 저게 다 별이었으면 싶은 도시의 주황 불빛들. 삭막한 서울로 다시 돌아왔음을 깨닫는 순간 내 머릿속엔 제주. 오래. 어떻게. 이 세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어떻게 하면 제주에 오래 지낼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정리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들. 그 대신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일요일의 오후까지 고민은 이어졌다. 계속 부어오르는 목을 감싸고 침대에 눕는 시간에만 겨우 생각을 잠재울 수 있었다. 어려울수록 쉽게 생각하자. 단순하게 생각하자. 매번 제자리걸음을 하는 질문에 답을 내릴 용기가 필요했다. 정답을 피해 빙빙 돌기만 하던 건 이제 그만하자. 이 생각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제주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