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⑨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19. 7. 5. 23:56에세이 하루한편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금의 잔금을 지불하고 나머지 잔금과 월세는 언제 내는지, 어디까지 수리해줄 건지를 조정했다. 부동산에서 집주인과 만나 각자의 도장을 쾅쾅 찍었다. 계약이 끝난 뒤 확정일자를 받으러 동사무소로 갔다. 이제 이사 한 뒤 전입신고를 하면 된다. 찌는 듯한 더위에 녹아내릴 것 같은 몸뚱아리를 이끌고 은행을 갔다가 동사무소에 가니 정신이 없었다. 잊어버린 게 없는지 자꾸만 가방을 확인해야 했고 놓친 게 없는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인데도 긴장감이 가시질 않았다. 계약을 잘한 건지 불안했다. 내 예감은 적중했다. 집에 도착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현 세입자였다.

-집주인한테 전화가 왔는데 저한테도 복비를 내라고 하시던데요. 제가 분명히 저번에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요는 이거다. 현 세입자는 계약을 한 달 남짓 남겨놓은 상태에서 방을 빼기 위해 직거래 사이트에 올려놓았고, 계약만료 전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대필을 권유했다. 내가 복비를 내면 자신도 복비를 물어야 한다며 구구절절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필로 계약을 할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고 했다. 집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결국 나만 복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 거다. 그런데 세입자는 자신에게 이런 전화가 걸려왔다며 말했다. 목소리가 상기돼있었다.

부동산에 분명 내 의사를 전달했으나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중개인이 집주인에게 당신도 복비를 내야 한다고 전화를 해 세입자가 다시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부동산에서 그렇게 얘기했다고요?

또다시 처음 상황으로 돌아가 구구절절이 시작됐다. 애초에 직거래 카페에 올린 건 복비를 물지 않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당황스러운 나는 우선 세입자를 진정시켜야 했다. 예예. 알죠, 알죠. 세입자의 말에 반응해준 뒤 부동산에 전화해서 다시 알아보겠다고 했다. 확실히 좀 해주세요. 세입자는 말 도장을 찍었다. 알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어린 나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엄마에게 전화를 부탁했다. 걱정 근심이 많은 나는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집안일만 주구장창 했다. 설거지하고 빨래를 하고 널고 개고. 말끔히 해결됐다는 연락을 기다리며 그렇게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부동산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엄마는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내일 다시 연락을 해보자며 마무리 지었다. 찜찜한 기색은 사라질 기미 없이 잡생각을 불러왔다. 내가 복비를 두 배로 내면 어쩌나.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결국 도달하는 생각은 하나였다. 이사가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신경 쓰는 걸 질색하는 나는 이사도 힘들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구나.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변수가 남아있을지 가늠도 못 할 판이었다

이 말이 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