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으로 임명합니다

2019. 7. 4. 23:32글쓰기 우당탕탕


종강을 한 주 앞둔 목요일, 소설 수업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강의실로 들어온 선생님은 첫인사로 입을 뗀 뒤 말했다. 다음 주면 수업이 끝나죠. 앞으로 내가 글을 쓸 사람이 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예전엔 등단을 목적으로 글을 쓰려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장기적으로, 멀리 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아니면 내 취미, 내가 좋아하는 일로 소설 쓰기를 남겨두면서 난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더 맞는구나, 분들도 있고요. 소설을 쓰면서 재밌기는 한데 재미보다 괴로움이 더 컸어, 또는 합평 날짜가 다가올수록 무섭고 압박감에 미치겠어! 이런 분들은 쓰는 사람보단 읽는 사람이 될 거야, 라고 하시면 돼요. 수업을 들으면서 아, 난 더 쓰지 말아야겠다, 깨닫는 분들도 분명 있거든요. 그 다음 이야기는 생각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이란 단어를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난 어느 쪽에 속하는 걸까. 몇 가지 생각이 스쳤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건지 그게 단순한 일이면 붙들고 놓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선 선생님이 나에게 계속 글을 쓰라는 말을 해줬으면 싶었다.

누구 씨는 글을 계속 쓰세요. 써야만 해요. 나에게 그렇게 얘기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누군가의 의지대로 글을 쓰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사람은 아니지만, 선생님에게는 칭찬을 받고 싶어진다. 괜한 어리광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인정받고 싶은 욕구랄까. 그런 게 스멀스멀 올라와 확신을 받고 싶어진다. 도장을 쾅 찍어 지금부터 계속 글을 쓸 사람이라는 확인, 써야 마땅한 사람이라는 응원을 받고 싶은 거다. 그럼 내가 흔들릴 때마다 확실히 찍힌 모양을 보면서 계속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 난 이 사람에게만큼은 확신을 받았어, 라는 자신감이 생길 테니까. 앞으로 난 어떻게 할 것인가.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많이 읽고 더욱더 많이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단순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거라면 그렇게 하고 싶다. 쓰는 쪽을 택하고 싶다. 내 마음은 이렇게 정했지만, 객관적으로 날 보기 위해 공부를 좀 더 해볼 생각이다. 이번엔 소설을 막 쓰려는 무리에 속했다면, 더 잘 쓰고 싶어 하는 무리에 몸을 담가 볼 예정이다. 그럼 알게 되겠지. 소설은 아무래도 안 되겠어, 라던가 난 소설을 꼭 써야만 해, 라던가. 재능은 없지만 쓰고 싶어, 라는 식의 반응이 나올 테니. 그때까진 내가 나에게 도장을 꾹 찍어주려 한다. 여태까지 내 글을 읽어준 이들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내가 나를 믿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