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파이 속 욕망

2019. 7. 11. 23:53에세이 하루한편


소설 수업이 끝났다. 두 달간의 여정의 막이 내렸다. 재능보다 욕망이 더 앞서야 한다는 말을 끝으로. 수업을 마무리한 뒤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나온 말 중 하나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생님이 무심코 던진 한 문장이 나를 툭 건드렸다. “재능보다 하고 싶은 마음, 욕망이 더 앞서야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학창 시절 일화를 들려주었다. 늘 자신보다 글을 잘 썼던 급우의 이야기였다. 각종 상을 거머쥐고 교지편집부까지 들어갔던 친구라고 했다. 열심히 쫓아가면 손이 닿을 듯 잡히는 게 아닌 딴 세상 글인 것 같아 늘 읽고 나면 감탄했던 친구, 그래서 동갑이지만 언니 같았던 친구에 대해서. 어른이 되어서 막연히 동료 작가로서 한 번쯤 마주치리라 생각했지만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국문과를 들어갔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들은 게 근황의 마지막이었다고. 아마 그 친구는 글을 너무 잘 써서 그런지 계속 쓰고 싶다는 욕망이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동료작가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작가들이 모여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느냐, 글을 쓰고 싶었냐 따위를 물을 때 학창 시절부터 글을 잘 썼던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 더 잘 쓰고 싶은 마음, 욕망이 앞선 사람들이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수업이 어땠는지를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난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일주일이 기다려졌고, 두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선생님이 무심코 흘리는 말 한마디에 감탄하고 도움이 많이 됐다고도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돈을 받지. 선생님 특유의 농담이 분위기를 또 한 번 밝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쑥스럽기도 하고 일종의 다짐 같은 걸 꺼내놓기가 어려워서도 그랬다. 모두 웃는 와중에 나도 입꼬리를 들어 올려 그 말에 동의한다는 몸짓을 보일 뿐이었다. 강의실을 정리한 뒤 선생님에게 애플파이를 건넸다. 다과를 위해 준비해간 과자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져온 음식이 많아 아무도 손대지 않은 거였다. 한 박스에 열 개가 들어 있는 애플파이를 내밀었다. 수업을 잘 들었다는, 나는 이제 더 열심히 쓰겠다는 감사와 다짐의 표현이었다. 투박하고 서툰. 선생님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꾸벅 인사를 한 뒤 강의실을 나섰다. 재능보다 욕망이 앞서야 한다는 그 한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서.

앞으로도 난 열심히 읽고 쓰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채로 내 안에 살아있다. 어떨 때는 요동치는 파도 같기도 하고 잔잔한 물결 같은 욕망을 품으며 앞으로 다가올 나날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더 잘, 열심히 쓰는 사람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