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기 18. 막연한 히치하이킹

2018. 9. 6. 22:34여행을 기록하자/제주도 한달살기

[18]
책다방-월정리 해변

오늘은 버스를 타고 월정리 해변 근처 책방인 책다방에 갔다. 차로 여행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을 좀 더 살피며 걷게 되고 모든 것을 눈에 천천히 담게 된다. 앞선 여행과는 다른 기분 좋은 충만함이 느껴졌다. 낯선 곳에 가는 건 두렵지만 설레는 일이다. 그 느낌을 만끽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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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책방, 책다방에서 만난 책은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이다. 요즘 나는 이 시기를, 서울로 돌아가서는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중인데 그걸 털어놓을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내 고민의 흐름은 이렇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스스로 물어본다. 고민한들 어쩌나, 뭐라도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다 걱정이 스멀스멀 싹 튼다. 다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 뭐라도 되겠지, 하고 넘겨버린다. 계속 반복이다. 이런 내 고민에 ‘그래, 그럴 수 있어.’ 하며 동의해주는 친구를 만난 거다.



-애쓰지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 그것이 내 삶의 미의식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기 전까지 막연히 흘러가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저항하기보다는 당당하게, 그리고 묵묵히 주변 사람들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다.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 제주에 오기 전 인생은 잘 다져진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하고 복잡한 꼬부랑 길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 길의 존재를 알았으니 이제 그것을 어떻게 대하는 가는 나의 태도에 달려있다. 불평을 늘어놓으며 그 길에서 멈춰서 화를 낼 것인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히치하이킹을 할 것인가. 아니면 평탄한 길을 기다리며 울퉁불퉁한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은 ​히치하이킹이다. 내가 가려는 목적지가 있지만, 그곳에 딱 맞게 도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바로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다. 저 문장으로 인해 내 생각이 좀 더 명확하게 자리 잡았다. 그럼, 심호흡 크게 하고 팔을 쭉 뻗자. 이제 엄지만 빼고 주먹을 쥐어 ‘따봉’을 만들고 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일만 남았다. 어떤 차가 멈춰 설지는 모른다. ​일단 흔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