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 눈치 보기
마스터 건반을 꼼꼼히 싸서 상자에 넣어뒀다. 책상에 올려두었던 걸 몇 달째 쓰지 않아 치운 거였다. ‘작업 안 해 비’ 옆에 세워두었다. 88 건반을 검은 천 가방에 넣고 세워 둔 것이 마치 검은 비석 같아 붙인 이름이다. 작업 안 하는 사람에게 세워주는 비석이어서 ‘작업 안 해 비’다. 올해 겨울, 작업실을 빼고 내 방으로 장비들을 옮겨왔다. 조그만 책상 옆에 88 건반을 뒀지만 불편했다. 방안에 짐이 많아 넉넉한 공간이 안 나왔다. 그래서 검은 천 가방에 넣고 임시방편으로 세워 뒀다. 그리곤 책상 크기에 맞는 61 마스터 건반을 짐 속에서 꺼내와 책상 위에 올려뒀다. 하지만 그 뒤부터 음악 작업을 하지 않았다. 곡을 쓰려고 해도 집중이 안 됐다. 맨날 같은 코드만 누르는 게 답답했다. 카피를 해보자,..
2018. 9. 24.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