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그리고 자세히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했다. 1년 반을 집에서 돌보다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갈수록 굳어가는 할머니의 몸을, 힘없는 팔과 다리를, 텅 빈 눈동자를, 가빠오는 숨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빠와 고모가 요양원 시설을 보고 상담을 받으러 간 사이 난 할머니를 보러 갔다. 할아버지가 계셔서 굳이 안 가도 됐지만, 얼굴을 한 번 봐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할머니, 저 누구예요. 할머니는 세 번 만에 내 이름을 맞추셨다. 할머니, 커피 드릴까요, 커피? 고개를 끄덕였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주방 수납장에서 커피믹스 하나를 꺼내 컵에 부었다. 뜨거운 물을 붓고 휘휘 저어 반을 다른 컵에 덜었다. 아침 식사 후 할아버지와 커피 한 잔을 꼭 반씩 덜어 드셨으니. 빨대를 컵에 얹었다...
2019. 1. 18.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