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아르바이트 5일 차-너는 괜찮을 거야

2019. 3. 6. 22:46에세이 하루한편

 

850건 넘는 계산을 하고 3천만 원 넘게 책을 팔았다. 이게 8시간 안에 가능한 일인지 의심이 들었지만 사실이었다. 앉아서 쉴 시간도 없이 미친 듯이 책을 팔았다. 허벅지가 욱신거렸다. 다리를 주무르는 것조차 아팠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리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집으로 오는 길이 유난히 추워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지만,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몸살인 건가. 이렇게 쉽게. 피곤하면 식욕이 떨어져서 밥이 들어가지 않았다. 홍삼차를 마시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귓가에 뜯으면 취소 안 돼요, 점장님의 목소리가 윙윙 울렸다. 책 비닐을 뜯으면 취소가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누워있었는지 퇴근한 엄마가 뜨거운 도라지 차를 끓여주셨다. 그제야 입맛이 좀 돌아서 흰밥과 누룽지를 끓인 죽을 먹었다. 살 것 같았다.

죽을 먹고 광동 원탕을 마셨다. 여러 번 나눠 마셨다. 한약 냄새를 좋아하는데 아플 때 먹는 한방 냄새는 잘 못 먹겠다. 겨우 다 마시고 11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무사히 출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한 날이었다. 그래서 글도 못 쓰고 누워만 있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 기쁜 일 하나는 첫 정산이 됐다는 사실이다. 내 책을 입고한 책방 중 한 군데서 정산을 받았다. 책방은 바로 라이킷. 정말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입금 알람을 보자마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값지다. 내가 하고 싶은 거로 돈 벌었다. 12,870. 적은 금액이지만 누군가 내 책을 사주었다는 사실이 기쁘다. 내 글을 읽어주었다는 게, 내가 정성스레 만든 책을 선택해주었다는 게 고맙다.

아파도 기쁜 일이 있었던 하루였다. 움츠러들었던 내 마음을 톡톡 건드려 잠깐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았다. , 괜찮을 거야. 네 글을 읽는 사람이 있잖아. , 괜찮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