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아르바이트 8일 차-나를 지키는 연습

2019. 3. 8. 23:58에세이 하루한편

한산한 서점 풍경


금요일이라 서점은 덜 바빴다. 아무도 없는 서점에서 음악도 틀지 않고 있었던 짧은 순간에 사진을 찍었다. 9시 출근을 한 뒤 점장님은 책을 받으러 갔고 손님은 한 명도 없었던 시간. 전공 서적으로 가득 찼지만, 책이 쌓여있는 모습은 왠지 보기 좋다. 마음에 안정이 생긴다. 그렇게 조용한 서점을 보고 있자면 여기가 며칠 전 줄이 끊기지 않도록 사람이 붐비던 곳이 맞는지 의심된다. 같은 곳인데 너무 다르다. 오전의 한산함과 오후의 분주함을 겪은 지 8일째다. 일은 익숙해지고 판매대 공간이 내 영역으로 느껴진다. 비록 오늘 실수는 했지만. 일한 지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내가 어디에서 뭘 하다가 이곳에서 일하게 됐는지를 되짚어 볼 때가 있을 만큼.

그래서 글을 쓸 시간이 줄었다. 새로운 걸 시도할 시간도 대폭 줄었다. 책을 읽거나 가만히 생각할 시간도 줄었다. 일과가 비슷해졌다. 그럼 원래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이 일을 안 했을 때 난 이 시간에 뭘 하고 있었지. 대부분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책을 읽고 여행기를 쓰고 오래된 가게를 직접 방문하고 또다시 그걸 정리하고. 어떤 환경이든 익숙해지면 예전의 나를 잃어버리는 기분이 든다. 원래의 나, 본연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선 또 다른 나를 만들어야 한다. 글을 쓰는 나, 음악을 만드는 나, 서점에서 책을 파는 나, 일하는 나,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척하는 나, 새로운 사람들과 부대끼는 나.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나. 이 모든 존재는 모두 나다. 하지만 모두가 진짜에 가깝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나를 잊지 않고 잃지 않으려면 계속 또 다른 나를 떠올리면 된다. 그럼 익숙함에서 잠깐 발을 떼 테두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멀리서 내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것, 앞으로 가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럼 다시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는 게 전보다 수월하다. 힘들지 않다. 다양한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또 하나의 나라는 생각이 든다. 후회나 큰 대가도 필요 없는 일임을 깨닫는다. 지나가는 시기일 뿐. 가장 지키고 싶은 나를 떠올린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나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졸음을 이기고 이 글을 써냈다. 나를 지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