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한 권, 궁둥이 붙일 자리 어디 없나요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작가의 운명이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작품, 그때는 온 힘을 다하여 만들어낸 것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불태워버리고 싶어지는 것. 마치 2차 성징이 막 진행되는 사춘기 시절 여드름이 난 사진을 찢어 버리고 싶은 것처럼. 불태워버리고 싶어지면 어쩌지. 커다란 인쇄기가 내가 쓴 글자들을 소음과 함께 토해내는 상상도. 이 모든 건 내 생각 한편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도 희망을 놓을 순 없었다. 두렵다고 쓰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만든 놀이가 있다. 언젠가부터 서점이나 책방에 가면 내 책이 있게 될 자리를 눈으로 정해놓곤 했다. 이 중에 꽂혀있는 한 권일 뿐이야, 나에게 말을 걸면서. 서가를 돌아다니다 대충 이 정도이지 않을까, 눈대중으로 살폈다. 대형 서점이면 에세이 코..
2018. 12. 12.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