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기 22. 막연한 다짐
[22] 새별오름-탐라 도서관 다음 주 금요일이면 김녕을 떠난다. 그 사실을 잊고 지내다 문득 생각나면 한 달이 어쩜 이렇게 빠른지 믿기지 않는다. 아쉬움이 몰려오고 이대로 떠날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도 든다. 우선 추석을 가족과 보내러 서울에 가야 하지만. 제주에 산다는 건 ‘좋다’라고 느끼는 시점이 자주 찾아오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 저 너머에서 바람 타고 넘어온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마당에 빨래를 널 수 있는 것, 그 빨래가 바람에 살랑이는 걸 지켜볼 수 있는 것. 마당 평상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집 앞으로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줄 수 있는 것, 내킬 때 언제든 숲속으로, 바다 주변을 서성거릴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이..
2018. 9. 10.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