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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우당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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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부처님의 뜻을 전하고 싶어요.” 시율 이채원 불화장인 인터뷰
한 분야에서 장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12월의 어느 날 불교의 내용과 종교적 이념을 표현한 그림인 '불화(佛畫)' 장인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다. 이채원 불화장은 시율, ‘법을 베푼다’는 뜻을 담은 호처럼 부처님의 그림을 전하는 것이 곧 법을 베푸는 것이니 그림을 통해 부처님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얇은 붓끝에 경건한 마음과 정성을 담아 그림을 그리는 불화장, 그의 작업실로 함께 가보자. 작업실, 공간이 말해주는 이야기불화장의 작업실은 궁금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빼곡히 꽂혀있는 붓과 연필, 줄 서 있는 색색의 안료와 채색 도구가 보였다. 한쪽엔 선반 가득 올려져 있는 석채와 고운 빛깔을 내는 공작석과 청금석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손바닥 크기의 불화 몇 점과 온화하고 인자하게 맞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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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으로 임명합니다
종강을 한 주 앞둔 목요일, 소설 수업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강의실로 들어온 선생님은 첫인사로 입을 뗀 뒤 말했다. 다음 주면 수업이 끝나죠. 앞으로 내가 글을 쓸 사람이 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예전엔 등단을 목적으로 글을 쓰려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장기적으로, 멀리 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아니면 내 취미, 내가 좋아하는 일로 소설 쓰기를 남겨두면서 난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더 맞는구나, 분들도 있고요. 소설을 쓰면서 재밌기는 한데 재미보다 괴로움이 더 컸어, 또는 합평 날짜가 다가올수록 무섭고 압박감에 미치겠어! 이런 분들은 쓰는 사람보단 읽는 사람이 될 거야, 라고 하시면 돼요. 수업을 들으면서 아, 난 더 쓰지 말아야겠다, 깨닫는 분들도 분명 있거든요. 그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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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꿰기
여행기를 쓰고 나면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쓸 집중력이 사라진다. 여행기가 유독 잘 써지지 않는 날이라면 더 그렇다. 그럼 오늘 하루는 쉴까, 슬그머니 유혹의 말이 속삭인다. 눈도 뻐근하고 일찍 자고 싶잖아. 이거 쓴다고 뭐 크게 달라질 게 있겠어? 하나도 없어. 그냥 하루 넘어가는 것뿐이야. 오늘 못 썼으면 내일 쓰면 되지. 그렇다고 오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가만히 듣고 있던 난 하긴 그렇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일 찰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아냐, 그럴 순 없지 오늘 같은 날은 오늘밖에 없어. 오늘은 한 번뿐이니 오늘 느낀 건 꼭 지금 써야만 해. 안 그러면 쓰지 못할 거야. 오늘 미루다 보면 끝없이 늘어질 거야. 맞아. 난 겁이 많아서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될까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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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의 세계에서 발버둥
내가 쓴 소설 합평을 했다.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어디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뭐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든지, 이런 표현은 나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든지 등등. 내가 놓친 것들에 대해 자세히 나누었다. 문우(라는 표현은 아직 좀 어색하지만 그래도)들이 지적한 부분은 퇴고를 거듭하면서 쳐 낸 문장들이었다.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행동의 이유,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한 정보 등등. 합평을 끝내고 나자 글 속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보여줘야 할지, 어떻게 가감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확실한 건 이거였다. 독자는 작가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 반응한다는 거다. 그러니 책임질 수 있는 문장만 써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소설 속 인물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자. “집에는 이주 뒤에나 ..
에세이 하루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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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파이 속 욕망
소설 수업이 끝났다. 두 달간의 여정의 막이 내렸다. 재능보다 욕망이 더 앞서야 한다는 말을 끝으로. 수업을 마무리한 뒤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나온 말 중 하나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생님이 무심코 던진 한 문장이 나를 툭 건드렸다. “재능보다 하고 싶은 마음, 욕망이 더 앞서야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학창 시절 일화를 들려주었다. 늘 자신보다 글을 잘 썼던 급우의 이야기였다. 각종 상을 거머쥐고 교지편집부까지 들어갔던 친구라고 했다. 열심히 쫓아가면 손이 닿을 듯 잡히는 게 아닌 딴 세상 글인 것 같아 늘 읽고 나면 감탄했던 친구, 그래서 동갑이지만 언니 같았던 친구에 대해서. 어른이 되어서 막연히 동료 작가로서 한 번쯤 마주치리라 생각했지만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국문과를 들어갔다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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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살아보렵니다
이사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필요한 것들이 뭐가 있나 따져보고 사야 할 것들을 대충 추렸다. 자취는 돈이라더니 통장에서 출금을 기다리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월세, 복비, 생활비, 공과금…. 혼자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대학생 때는 나름 잘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다. 내 삶에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게 늘었다는 뜻이겠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내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단순하고도 소박한 소망이 이렇게 거창한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인터넷 설치 문제서부터 일에 대한 것까지, 정보를 찾기 바빴다. 일을 늘려야 했고 돈을 더 벌어야 했다. 구인 글을 찾고 이력서를 수정하고 지원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냥 살던 대로 살 걸 그랬나. 머릿속에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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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어딘가로
대학교 동창 H를 만났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보던 사이라 우리의 시간엔 늘 공백이 있었다. 근황을 물으면 막 일어난 근래의 일을 말해야 할지, 일 년 중 가장 인상 깊은 일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내 일 년을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게 아쉬워서 머리를 굴렸다. 내 입에서 나오는 문장이 그동안의 시간을 잘 대변해주기를 바라면서. 말하기도 떠올리기도 쉬운 건 최근의 일이었으니 전자를 택했다. 독립에 대해, 방 하나를 구하기 위해 소비했던 한 달에 대해, 서울의 집값에 대해, 서울에서 사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근황 대신 최근 가장 재밌는 일이 뭐였냐고 물었다. 대부도에 놀러 가 했던 게임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대화가 끊기면 다음엔 뭘 말할까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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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하기⑩물러도 너무 물러서
차라리 처음부터 부동산을 통해 계약했다면 이렇게까지 머리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방을 보고 계약 의사를 전한 나는 ‘직거래’ 즉 ‘대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부동산을 통해 계약하기를 원한 거였고 결국엔 ‘대필’을 원하는 세입자의 입장까지 신경 써가며 전전긍긍한 신세가 됐다. 오늘 아침 부동산에 다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부동산 쪽에서는 세입자에게 부담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집주인에게 세입자에게는 아무 말 하지 마세요, 하고 말했다는 거다. 그러나 세입자는 집주인이 자신에게 복비를 내라고 말 했단다. 결국엔 중개인이 건물 주인에게 복비를 요구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머리가 아팠다. 일이 또 이렇게 꼬이는구나. 세입자에게 전화를 걸..